고부간의 갈등은 단순히 시어머니와 며느리 두 당사자에게 불편함을 주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중간에 낀 아들이자 남편에게도 큰 심적 고통을 안기는 경우가 많다. 효도를 하자니 아내가 울고 아내를 따르자니 불효자가 되는 그야말로 샌드위치 신세가 되어 버린다.

이 사례의 경우 민씨는 어머니와 아내의 관계가 불편할 때면 어느 한 쪽의 편을 들기보다는 은근슬쩍 자리를 피해 버렸다. 그리고 아내가 방으로 들어오면 어머니가 아내에게 홀대받는 것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앞서 당신이 나이드신 분을 이해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내심 섭섭한 감정을 토로하곤 했다.

민씨가 어머니와 아내 앞에서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은 매우 현명한 처세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아내와 단둘이 있을 때는 아내의 편이 되어 주었더라면 어땠을까. 아내의 하소연을 들어주고 함께 의논하여 대처방안을 모색했더라면 민씨의 지적처럼 아내가 칼같이 냉정한 성격으로 변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자신의 심정을 조금도 헤아려주지 않는 남편에 대한 섭섭함이 누적되어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것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아내에게 일방적으로 어머니를 이해하라고 요구하기보다는 나를 이해해주는 신뢰와 애정으로 결합된 남편으로서의 모습을 아내에게 보인다면 고부간의 갈등은 상당 부분 완화될 수 있을 것이다.

아내가 어머니에게 잘 하기를 원하는 남성들은 부부관계부터 개선할 필요가 있다. 남편들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얼마나 큰 위력을 발휘하는지 아직도 많은 남성들이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아쉽다. (02)597-5135. 송현애/한국가족상담교육연구소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