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구독자의 메일입니다. 남편은 아내하기 나름이고, 아내는 남편 하기 나름인데….

현관문을 열어 줍니다. 그이가 들어서며 무엇이 불만인지 대뜸 한다는 말이

“넌, 맨 날 이게 뭐냐? 시골 아줌마처럼!”

“… ….”

그 날, 우리는 등을 돌리고 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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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후.

짧은 치마, 스타킹, 목선이 드러난  T-셔츠 차림으로 시계를 봅니다. 그이가 들어 올 시간이 임박해져 옵니다. 얼굴이 뜨거워집니다. 그이의 놀라는 모습과 날 번쩍 들어 식탁에 뉘이며 격렬하게 대시해 올 그이. 다리 사이가 후끈해 집니다. 그런데 ….

“뭐야! 너 술집에서 알바 뛰냐?”

어처구니가 없어서 입을 다물 수가 없었습니다. 뒤이어 밀려오는 것은 가슴 속 깊은 곳으로부터 끓어오르는 분노였습니다.

(병신! 참는 것도 한도가 있는 거야!)

그날도 우리는 등을 돌리고 잤습니다. 아니 등을 돌리고 눈물을 소리 없이 삼켰습니다. 그는 이런 나를 아는지 코까지 골았습니다.

(그래 참자. 당신 예뻐서, 사랑스러워서 참는 것이 아냐. 아이들이 불쌍해서 참는 거야. 내가 나쁜 년이 될까봐 참는 거야.)

또 며칠 후.

립스틱과 매니큐어를 발랐습니다. 처녀 때, 아니 연애할 때 했던 색입니다. 정말 어렵사리 구했습니다.

(이젠 마지막이야! 나도 더 이상 방법이 없어!)

라고 생각하면서도 연애 시절 집 앞에서 그이가 퍼 부어대던 뜨거운 키스를 생각합니다. 비가 오는 날 우산 아래에서였습니다. 그날 밤 집에 돌아 와 밤새껏 입술을 만지며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들어선 그이.

“쥐 잡았니? 그게 뭐니? 여편네가 점잖지 못 하게스리”

안방으로 들어가는 그이의 뒷모습을 멍한 눈으로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주르륵 눈물이 흐른 것은 한참 후였습니다.

그날 밤.

샤워를 끝내고 안방에 들어섰을 때 남편은 포르노를 감상하고 있습니다. 분명히 돌아누운 내게 함께 보자고 할 것입니다. 아니 신경질을 낼 것입니다. 그리고 뒤에서 팬티를 내릴 것이 뻔합니다.

(미쳤니? 내가 하게? 그런 년들이 그렇게 좋아 보이니? 그렇다면 내가 밖에 나가서 그렇게 놀아주면 나를 혼망한 눈으로 바라보겠네. 병신!)

하지만, 가슴속에서 뭉클거리는 것이 있습니다. 분노입니다. 아련히 피어오르는 모습도 있습니다. 혼전에 가졌던 사랑에 대한 환상입니다.

(아! 정말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 헤어질 수만 있다면, 정말 헤어질 수만 있다면….)

이 부부에게 무엇이 문제입니까? 대화가 문제입니다. 전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