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다 안다고 생각하고 결혼했다. 그런데 ‘내가 아는 사람 맞아?’ 할 정도로 의외의 버릇이 그제야 눈에 들어온다면? 아무리 고치려고 해도 고쳐지지 않는 남편의 독특한 버릇에 대해 여자들이 입을 열었다.

Case 1 절대 알몸을 보여주지 않는 남편
결혼한 뒤 남편과 살면서 나는 남편의 알몸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샤워하고 팬티 바람으로 욕실을 나온 적이 한 번도 없으며 옷을 갈아입을 때도 항상 아무도 없는 방 안에서 문을 닫고 갈아입는다. 어쩌다 옷을 갈아입는 방을 열어보기라도 하면 나가라고 하면서 몸을 감춘다. 부부관계를 가질 때도 불을 켜는 것을 싫어하고, 같이 목욕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나는 남편과 살면서 허물없이 알몸도 보이고, 그런 모습을 보면서 웃고 싶기도 한데, 그런 기회가 없으니 아쉽다.

물론 내 남편의 몸은 지극히 정상이다. 다만 다른 사람들보다 부끄러움이 많은 것 같다. 아마 대가족 속에서 자라면서 서로 조심하는 버릇을 들였을 거라고 생각한다. 대부분 집에서 옷을 벗고 있는 사람들은 혼자 산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서인영·34)

Case 2 밤마다 일어나서 무언가를 하고 있는 남편
남편과 결혼한 지 얼마 지나서였다. 이상한 일이었다. 어느 날 자다가 일어나니 남편이 옆에 없었다. 시간은 새벽 3시. 어디로 간 것일까? 일어나 찾아보니 남편은 작은 방에서 무언가를 조립하는 데 열중해 내가 옆에 서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었다.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넘어갔는데, 알고 보니 그의 올빼미 생활은 결혼한 뒤에도 계속되고 있었다. 그동안은 내가 잠든 후 조용히 다른 방으로 가서 자신의 취미 생활을 즐겼던 것이다. 나는 너무 곤하게 자느라 남편이 나가는지도 몰랐다.

남편은 결혼 전에도 야행성이었다고 한다. 이 버릇은 결혼했다고 해서 쉽게 고쳐지지 않았다. 게다가 자유롭게 시간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남은 잠을 보충하는 데에도 무리가 없었던 것이다. 물론 이 문제 때문에 여러 번 다투기도 했다. 그러나 30년 평생을 그렇게 살아온 사람의 버릇을 고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사실을 깨닫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김민경·33)

Case 3 하루에 수건을 여섯 개씩 쓰는 남편
남편은 아침저녁으로 샤워를 한다. 샤워를 자주 하니까 깨끗해서 좋은데 문제는 수건을 너무 많이 쓴다는 것이다. 한 번 샤워를 하면 보통 세 개의 수건을 사용한다. 그러니 하루에 총 6개 이상의 수건을 사용하는 셈이다. 수건을 하나만 사용하라고 해도 자기는 몸이 크다며 꼭 세 개가 필요하다고 우긴다. 그 때문에 싸움도 많이 했지만 이제는 그러려니 한다. 그런데 문제는 집에 수건이 남아나지 않는다는 거다. 하루만 빨래를 안 하면 다음날 난리가 난다. 빨래하는 수고도 그렇지만 나는 여차하면 남편이 사용한 수건을 쓰게 된다는 것이다. 그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다.(이은희·37)

Case 4 닫을 줄 모르는 남편
결혼 전 나는 그리 정리를 잘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리 깔끔하지도 않았다. 결혼 전 주변에서 남편의 지저분한 행동에 대해서 고민할 때 나는 ‘그냥 편하게 받아들이면 되지’라고 생각했다. 어차피 나도 잘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내 남편은 친구들 남편처럼 잘 씻지 않는 것도 아니고, 물건을 낭비하는 것도 아니고, 옷을 여기저기 벗어놓지도 않는다.

그런데 남편은 한 가지 이상한, 특이한 버릇을 갖고 있었다. 뭔가를 닫을 줄 몰랐다. 문을 열어놓으면 닫을 줄 몰랐고, 서랍을 열면 열려진 채로 있었다. 치약 뚜껑은 내가 닫지 않으면 늘 열려 있었고, 심지어 밥통에서 밥을 꺼낸 뒤 뚜껑을 닫지 않은 적도 있었다. 그래서 나는 남편이 열어놓은 서랍에 부딪혀 넘어지고, 문도 모두 활짝 열어놓아 감기에 걸리기도 했다.

물론 남편의 버릇은 신혼 때부터 싸움거리였다. 그러나 내가 지적할 때마다 그는 곧 고치는 듯싶더니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곤 했다. 나는 남편 덕에 뭔가를 보면 꼭 닫아야 하는 강박증이 생긴 듯하다.(정경희·32)

Case 5 지워지지 않는 남편의 발자국
남편은 농촌에서 자랐다. 그 때문인지 도시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지만 늘 농사일을 그리워했다. 얼마 전에는 주말마다 고향에 내려가 농사를 짓기도 했는데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어서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현재 살고 있는 집은 단독 주택인데 마당에 작은 화단이 있고, 빨래를 널 수 있는 옥상이 있다. 남편은 자신의 꿈을 잊지 못했는지 화단에 방울토마토와 깻잎, 상추를 심었고, 옥상 화분에는 고추를 심었다. 아주 작은 양이지만 매일 퇴근 후 그것들 들여다보는 재미에 푹 빠진 듯했다. 남편이 자신의 취미를 갖고 있다는 게 나도 즐겁다.

그런데 문제는 다른 데 있었다. 작은 텃밭을 가꾼 뒤로부터 거실에 흙 발자국이 생긴 것이다. 마치 맨발로 농사짓다 그냥 들어온 사람의 발자국 같았다. 나는 남편에게 화단에서 일을 했으면 발을 씻고 들어오라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이야기했지만 들려오는 대답은 늘 “당연히 닦고 들어왔지”였다. 이상하다. 그럼 그 발자국은 무엇이냐 말이다.(김정희·42)

남편 버릇 고치려면 비난은 금물
“배우자의 나쁜 습관과 당신을 화나게 하는 일, 그런 것들이 당신에게 미치는 영향을 설명해라. 그 다음 배우자가 당신의 요구를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면 당신의 상황이 어떻게 바뀌게 될지를 말하라.”(심리학자 미카엘 틸)

부부관계 전문가들은 부부 갈등시 비난이나 위협보다는 협상 전략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예를 들면 “당신을 사랑한다. 그래서 우리 두 사람이 더 편안한 생활을 꾸려나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말하는 것이 좋다. 남편에게 상황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시간을 주어야 한다. 무조건 상대의 행동에 비난을 하거나 ‘나 같으면’이라는 식으로 표현하는 것은 좋지 않다.

아내와 남편 사이의 갈등은 대부분 교육과 사회 전통의 결과다. 그렇기 때문에 남편과 아내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행동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서로에 대한 이해 없이 나쁜 버릇을 고치려고 가혹한 비판을 쏟아 붓거나 아내가 엄마나 상관처럼 남편을 대한다면 사태는 겉잡을 수 없이 악화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건 부부의 친밀도다. 둘 사이가 원만하다면 개선의 여지는 커지지만, 그렇지 않다면 지적의 방식이 올바르다고 할지라도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바쁘더라도 일주일에 최소 두 시간 정도 부부만의 시간을 내어 대화의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글 / 두경아 기자 ■사진 / 경향신문 포토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