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 관계에서 서로의 일상을 묻고 다른 이성과 함께 있는 것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는 행동 등은 자연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상대방이 불편하게 느낄 만큼 관심의 정도가 지나치다면 연인이나 친한 사이라고 할지라도 용인될 수 없는 상황들이 생긴다.

관심과 집착 그리고 스토킹의 애매한 경계선, 도대체 어디까지가 정상인 것일까?

◇ 망상장애나 인격장애, 스토커에게서 발견될 수 있어

지나친 집착으로 인해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스토킹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스토킹에 관한 의학적인 분류가 따로 되어있지 않은 상태지만 스토킹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국가에서는 두 번 이상 상대방이 거절함에도 같은 행동을 할 때를 스토킹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관심이 집착으로 그리고 스토킹으로 변하기까지에는 많은 심리적 요인들이 작용한다.

중앙대의료원 정신과 진성남 교수는 “스토커가 어떤 심리적 장애를 가지고 있는지 한가지로 설명할 수 없고 개인차에 따라 매우 다르지만 망상장애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있다”며 “이에, 연예인이나 유명한 사람, 또는 가깝지 않은 사람 등이 나를 사랑한다는 애정망상을 가지고 상대방이 자신을 거부할 때에는 제3의 다른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한다.

애정망상이 있는 사람은 상대방이 자신을 거부하는 원인이 다른 곳에 있기 때문에 스스로 포기하지 못하고 상대방의 의사를 존중하지 않게 된다.

또한 반사회적 인격장애나 경계성 인격장애를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다. 이는 상대방이 나를 사랑한다는 망상이 있지 않더라도, 스스로 남을 지배해야만 자신의 자존심이 선다고 생각하고 다른 사람이 조금이라도 자신의 뜻을 벗어나면 자신이 무력감을 느끼게 되며 불안정해지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상대방을 통제하려고 하며 상대방이 떠나거나 자신의 통제를 벗어나려고 하면 폭력까지 행사해 상대방을 지배하고자 한다. 헤어진 연인을 찾아가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 등이 여기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더불어 스토커는 애착관계에 문제 있는 경우가 많으며 만약 상대방에게 폭력을 행사한다면 성장기에 부모에게서 폭력을 당했을 가능성이 높다.

진 교수는 “부모가 아이를 키울 때 자신의 뜻을 거스른다고 폭력을 쓰게 되면 아이는 성장해 자신이 옳고 상대방이 옳지 않다는 상황이 될 때 부모와 같은 방법으로 폭력을 쓰게 된다”고 전한다.

즉, 자신과 상대방의 의견 차이를 대화가 아니라 자신이 부모에게서 배운 폭력으로 풀게 되는 것이다.

◇ 스토커를 설득하려고 하는 노력은 역효과

스토킹을 당하는 사람은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해지게 될 뿐 아니라 사회 활동까지 힘들어질 수 있다. 장기간 스토킹을 당한다면 적응장애나 불안장애, 우울증까지 생길 수 있기 때문.

건국대병원 신경정신과 하지현 교수는 “스토커는 자신의 행동이 스토킹이 아니라 관심이라고 생각한다”며 “상대방이 자신의 뜻을 받아주지 않을 때 쓰는 폭력도 악의성이 아닌 배신에 대한 죄 값을 치루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렇다고 함부로 스토커를 설득시키려고 하면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자신을 설득하는 그 순간에도 스토커는 상대방이 자신에게 애정이 있다고 오해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오해는 상대방에 대한 마음을 더욱 부추기게 만들 수 있으므로 일체 연락을 하지 말아야 한다. 더불어 주위에 말해 공통대처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편, 우리나라는 스토커에 대한 대처가 미흡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는 “스토킹 관련 법률 자체가 없다”며 “스토커들에게 피해를 당하면 다만 협박죄 같은 개별 사안별 접근만이 가능하다”고 지적한다.

상담소는 이어 “접근금지제도가 있긴 하지만 배회하거나 하는 증거가 없으면 처리되지 않기 때문에 실효성이 크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문화적 특성상 스토커를 개인 문제로 치부하거나 끼어들 수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해 방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더 큰 문제를 야기한다“며 ”스토킹에 대한 법적인 처리가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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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컬투데이 조고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