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긴 어찌보면 당연한 얘기다. 남자들이라고 어떤 상황에서건 모든 여자에게 전부다 껄떡쇠가 되리라는 보장은 없는 법. 하지만 나이 먹을수록 섹스에 대해 자신감을 잃어가는 데에는 아내의 지나친 기대심리도 한 몫 한다는게 남자들의 공통된 불평. 대체, 여자들이, 아내들이 뭘 어쨌길래?

남편의 일방적인 생각으로 아내의 성 의식, 성적 욕구를 규정하고 무시하는 건 위험스러운 발상이다. 결혼 후의 섹스는 함께 하는 기분 좋은 스포츠 같은 것. 처음부터 아내와의 호흡을 중요하게 여기고 시작해야 하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남자들의 투철한 가부장 의식은 이부분에 있어서도 아내를 위해 자신이 철저하게 희생하고 봉사해서 아내를 확실히 보내야만 하는 하나의 퍼포먼스로 생각한다는데 문제가 있는 것. 그러다 보니 한 살, 두 살 나이를 먹으면서 신체적인 자신감 상실이 곧바로 섹스에 취미를 잃는 것으로 발전되고 만다.

늘 무언가를 보여줘야 하고 아내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부담감은 섹스를 숙제로 만들 수 밖에 없다. 나이를 먹으면 젊은 시절처럼 혈기 왕성하고 역동적인 섹스를 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듣도 보도 못한 희안한 보양식 몇 번 먹는다고 해서 지나간 세월이 돌아오는 것도 아니고 노쇠한 체력이 회복되는 것도 당연 아니다. 육체적인 상실감과는 또 다른, 오랜 시간 함께 한 두 사람의 감정적 교류가 섹스의 주축을 이루어야 하는 것이다.

남자들이라고 해서 이런 원론적인 이야기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네 부부관계라는 것이 평소 남자에게 자연스런 수다를 허용하지 않는다.
많이 변했다고는 해도 아직껏 우리나라의 남자들은 아내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영 어색하고 불편한 것. 그러다 보면 섹스에서도 솔직한 본연의 모습 보다는 좀 더 크고, 좀 더 센 모습만을 보여주려 하다가 부부 모두 허무하게 낙심을 하게 된다.

남편에게 용기를 북돋워주고 자신감을 갖게 해 주는 것은 아내의 내조 중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남편의 약한 모습을 외면하지는 말 것.
남편에게도 기대고 싶은 약한 모습들이 틀림없이 존재한다. 아내 입장에서 남편의 그런 모습을 보면 금방이라도 집안이 어떻게 될 것처럼 호들갑스럽게 반응하지 말고 그저 자연스럽게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남편의 고뇌를 이해해 줄 것.
아내의 그런 폭 넓은 이해야말로 남편이 세상 밖으로 나와 파이팅 하며 선전할 수 있는 최고의 에너지가 된다. 하룻밤 시원찮다고 기 죽이지 말고 좀 더 한심한 남의 남편 흉 보며 사기를 진작시켜라. 남편 사랑, 알고 보면 별거 아니다. 약하고 작은 남편의 든든한 친구 아내. 부부의 말년을 위한 보험은 바로 그런 사소한 믿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