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화장실에서는 가끔 방향제와 매캐한 담배냄새가 섞여 풍긴다. 아내가 담배를 피우기 시작한 건 오래 전 일이지만, 그녀가 나에게 숨기고 싶어하기에 모른 척 하고 있다. 그러나 방금 담배를 피우고 양치질을 하고 온 듯한 그녀의 입 냄새를 이제는 참을 수가 없다. 당장 끊지 않으면 같이 살수 없다고 말해야 할까?
아내 흡연에 대한 반응
흡연인구가 줄어들고는 있다지만, 아직 청소년과 여성 흡연자들은 여전히 제자리 걸음이다. 막무가내인 10대들의 흡연이야 막을 길이 없다지만, 성인 여성들 그 중에서도 아내의 흡연은 다소 이유 있는 변명을 해보고도 싶다. 필자가 임신시기에 즈음해서 만난 어떤 모임에서 우연히 담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적이 있다. “제가 아는 언니 중에는 임신 중에 하루에 담배를 2개씩 피웠는데도 애 잘 낳았대요.”
“의사가 끊으면 오히려 스트레스 받는다고 차라리 하루에 한대씩은 피워도 된다고 했다던데요.”
그러면서 임신 중에 커피나 탄산 음료도 하루에 한두 잔은 해가 없다고 모여있던 여인들 모두 동의하며 남의 이야기 하듯이 열을 올리는 것을 보고, 내가 이렇게 말을 던졌다.
“속상하면 피워서라도 풀어야죠 어째요. 저도 처녀 때 담배 많이 피웠어요. 임신하니까 자연스럽게 끊어 지던데요.”
그랬더니 기다렸다는 듯이, 너도나도 자신도 결혼 전에 담배를 많이 피웠고, 지금도 남편이 속상하게 할 때는 몰래 라도 피우게 된다는 이야기를 털어놓기 시작하는 거였다. 운이 좋았는지 나는 임신 출산을 겪으면서 자연스럽게 담배 생각이 없어지게 되었지만, 어디 흡연자가 자력으로 담배를 끊는 다는 것이 쉬운 일인가. 사회적 인식 때문인지, 남편의 눈을 피해 몰래 담배를 피우며 속상한 속을 달랜다는 아내들이 적지 않고, 단지 기호 식품일
뿐인 담배 때문에 이혼을 생각하는 남편들도 있다니 안타까운 일이었다. “애를 낳기 전이면 애를 위해서 끊으라 하고, 내가 안 피운다면 나도 안 피우는데 네가 모하는데 담배를 피우느냐 하면서 끊으라 하겠고, 직장에 다닌다면 내가 능력만 되면 직장 때려 치고 집에 와서 살림이나 하면서 담배 끊으라 하겠고. 집에서 노는데도 담배를 핀다면 집에서 노는 주제에 무슨 담배냐면서 끊으라 하겠습니다” (김*철, 남 30세)
“2세를 위해서나 자녀 교육을 위해서 당장 끊으라고 하겠습니다. 남편이 밖에서 피땀 흘려 번 돈으로 담배나 사 피우는 아내, 정말 짜증 날 것 같아요” (박*수, 남 32세)
“아내가 저 몰래 담배를 피우다가 들켰습니다. 배신감이 들고, 그 동안 아내에게 쌓았던 신뢰가 한 순간에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습니다. 잠자리까지 피하게 되더군요” (이*훈, 남 42세)
아내들의 흡연은 일반적으로 늘어난 여성흡연 인구에 대한 문제와는 조금 다른 각도에서 말하고 싶다. 꼭 달라진 시대 탓이 아니라, 과거로부터 그러니까 우리 어머니들 세대에도 담배를 유일한 스트레스 해소의 통로로 이용해온 분들이 많았으니까 말이다. 결혼 이후에도 담배를 계속 피우게 되고, 그 사실을 남편에게 속인다는 것은 본인도 흡연을 원하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피우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 흡연의 이유는 남편에 대한 불만이나, 자신의 처지에 대한 우울, 방황, 결혼과 가사활동에서 오는 스트레스 때문이다. 남편이 모르는 나만의 유일한 일탈 행위가 흡연일 수 있고, 그래서 더욱 끊지 못하는 중독성을 지니게 되는 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