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 되면 설레고 즐거운 마음도 있지만 왠지 부담되고 피하고 싶은 경우도 많다. 그러한 입장에 놓인 경우는 다양하겠지만 특히 며느리의 입장이 그 누구보다 부담스러울 것이다.

대부분의 며느리와 시댁간의 갈등은 기존의 가족구조에 새로운 사람, 즉 새로운 대상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갈등이다. 요즘세대는 시부모와 동거하는 경우가 적다하지만 명절 뿐 아니라 이래저래 챙기고 신경 써야 할일이 적지 않다. 또한 시부모와 갈등이라도 있다면 그 부담은 신경증을 유발할 정도로 심각한 스트레스를 유발시킨다. 고부갈등의 원인에 대하여 역동적(아동기에 미해결된 핵심정서) 관점에서 이해해 본다면 모자관계를 살펴보아야 한다. 부모교육이나 아동상담을 하다보면 부부관계가 원활하고 시부모와의 관계가 원만할수록 자녀가 정신적으로 건강하다는 점이다. 대체적으로 고부갈등의 원인은 시어머니와 며느리간의 갈등이지만 사실은 시어머니와 며느리간의 아들에 대한 질투, 사랑을 빼앗기지 않기 위한 쟁탈전이 더 설득력 있는 말이다.

남편이 자상하고 섬세하며 또한 아내에게 친절하게 대해주는 남편의 경우, 시부모와의 관계에서 아내의 바람막이 역할을 해주지 못할 수 있다. 그러한 케이스는 수없이 많은데 남편의 자상함 이면엔 나약함이 숨어있는 것이다. 남편의 성격은 아동기의 시어머니와의 관계에서 출발하여 발달되어 형성된 결과라는 점이다. 다른 그런 것은 아니겠으나, 시어머니의 처지가 힘들거나 남편이 일찍 죽은 경우, 혹은 남편이 바람을 피거나 경제적 능력이 없는 경우 그 외, 숱한 경우로 인하여 시어머니는 시아버지의 의사소통의 단절로 느끼는 정서적 외로움을 아들을 통하여 교류하게 되는 것이다. 아들이 어리지만 시어머니는 자신도 모르게 의지하고 아들 또한 불쌍한 어머니를 걱정하여 착하고 모범적인 자식노릇을 하게 되는 것이다. 겉보기에는 아들을 보살피고 학비를 대주어 희생적인 양육을 하는 듯이 보이겠지만 아들은 어머니에게 꼼짝 못하는 마마보이가 되어 있게 마련이다. 이와 같은 경우, 아들은 더없이 착한 효자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그러나 아들이 성장하여 성인되고 결혼하여 한 가정의 가장이 되어도 어머니에게 길들여진 의존적 관계는 아들이 어머니의 의견을 거부하거나 반대하지 못하고 수용하는 방식을 취하게 된다. 이럴 때, 가장 큰 피해자가 되는 사람이 아내이다. 남편은 오히려 아내에게 예의가 없다고 소리치거나 싸움이 벌어져 서로에게 상처가 되는 것이다. 또한 당연히 부부간의 갈등이 심해져 자녀는 불안해지게 마련이며 부부갈등에 노출되어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성장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러나 의존적 모자관계는 꼭 부정적 결과만을 낳는 것은 아니며 긍정적인 경우도 있다. 즉 의존적인 남편은 아내에게 의존하여 아내를 기쁘게 해주고자 최선을 다하는 경우이다. 아내가 좋다하면 최선을 다하는 경우이다. 그러나 시부모가 아들의 생활에 간섭이 적고 며느리의 행위에 대해서 지적하는 것이 적은 경우에 해당된다. 물론 며느리의 역동(핵심정서)이 남편의 가족구조에 휘말리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며느리의 입장에 놓인 성인은 자신에 대한 이해가 무엇보다 요구된다.

대부분의 경우, 아내가 시댁으로부터 발생하는 갈등은 시어머니, 시누이, 아들, 며느리 등의 삼각구도에서 유발되며 사랑하는 대상에 대한 쟁탈전인 것이다. 부부의 연을 맺고자 하거나 부모역할의 입장에 놓인 성인은 자신이 아내에게, 자신이 남편에게 어떤 위치에 있으며 갈등이 있다면 서로의 원인이 무엇이고 어떻게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한지를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이번 명절은 고부간에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아니라 서로의 마음에 초점을 두고 혹 짜증을 자기도 모르게 참고 있거나 돌아와서 남편이나 자녀에게 그 화를 내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