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정의 부부 10쌍 중 3쌍 이상이 부부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추정됐다.

또 남편의 음주와 스트레스 수준이 높을수록 아내를 때리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세대학교 김재엽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24일 보건복지부 주관으로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가정폭력 대응전략 수립을 위한 대토론회'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한국인의 가정폭력 실태와 현상」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98년 전국 1천52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근거로 한 이 논문에 따르면 한국 가정에서의 부부폭력 발생률은 31.4%로 나타났다.

이는 부부 10쌍 중 3쌍 이상이 부부폭력을 경험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 같은 통계를 한국전체로 확대, 추산하면 전체 1천300만 쌍의 부부 중408만 쌍이 1년에 적어도 1차례 이상 폭력을 경험하는 것으로 추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부부폭력 발생률은 미국의 16.1%, 홍콩의 14.1%, 재미한국인의 18.8%, 일본의 17.0%에 비해서도 크게 높은 것이다.

폭력유형별로는 남편의 구타가 27.5%로 아내의 구타 15.5%에 비해 월등히 높았으며 상호폭력도 12.0%로 나타났다.

또 남편폭력에는 음주와 스트레스가 큰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음주유형에 따라 금주자의 폭력은 22.7%인데 비해 `음주 낮음' 24.3%, `음주 중간' 26.3%, `음주 높음' 36.5%로 남편폭력과 음주수준이 비례했다.

남편의 스트레스 수준이 높은 집단의 아내 구타율이 38.1%로 낮은 집단의 12.9%에 비해 3배 정도인 것으로 나타나 스트레스와 폭력도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김 교수는 "구타를 당하는 여성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성격도 공격적이며 우울증을 보인다"며 "특히 가정폭력을 보고 자란 자녀들은 청소년 비행을 저지르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신지홍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