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땅덩어리에 자원은 없고, 사람은 많고, 경쟁이 심하므로 문제가 생기거나, 사업상 난관에 부딪쳤을 때 인맥을 찾게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며, 이런 일을 대비하여 인맥을 형성하려고 하는 행위는 이해가 되고도 남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일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닙니다. 세상 어느 나라의 사람들의 삶도 똑 같습니다. 사람이면 누구나 문제가 닥쳤을 때 친한 사람, 안면이 있는 사람을 찾게 되는 것은 인지상정이며, 동서고금을 통하여 행해진 삶의 방법이니까요.

하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이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봅니다. 직장에서 회식이 있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술좌석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단합의 의미만 존재하는 것도 아닙니다. 상사에 대한 복종과 선배 사원에 대한 예의가 우선입니다. 그렇지 않고는 진급은 없습니다. 물론 실력도 있어야 하지만 말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자리에 불참을 한다는 것은 곧 자기 무덤을 파는 행위로 인식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의 술에 대한 문화입니다. 1차 2차 3차로 이어지는 가운데 1차는 전원, 즉 남녀, 가정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모두 참석하는 것을 의미하며, 2차는 갈 사람은 가고, 대부분을 술기운에 남자들의 즐김의 술 문화이며, 꼭 여자가 있는 집입니다.

여기서도 아부와 접대가 이루어집니다. 상사 옆에는 가장 어리고, 날씬하며 예쁜 여자를 앉도록 아래 직원들이 배려하며, 단골집이라면 왕언니가 주빈을 알아보고 여자들에게 자리를 지정해서 룸에 들여보냅니다.

이미 암묵적으로 성상납이 이루어지는 것이며, 이러한 행위는 납품이나 영업의 행위에서는 더욱 심각하게 작용합니다.

마케팅에 의해 영업의 대상이 정해지고 나면 고향, 출신학교 등은 기본으로 조사되고, 첫 만남은 공식적인 만남이므로 명함을, 두 번째는 점심 식사. 세 번째는 저녁 식사와 술로 이어집니다. 다시 말해서 명함을 건네면서 탐색하고, 점심식사를 청했을 때 목표가 응낙하면 거래할 의사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저녁 식사를 청했을 때 고객이 응하면 거래를 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드려져 식사 후에 2차로 으레 룸살롱이 됩니다. 물론 이때도 고객은 주빈이며, 정해진 여자가 옆에 앉아서 접대하도록 배려되며, 고객의 눈치가 보이면 어느 새 마담을 통하여 접대를 하던 여자에게 수청들 것이 요구됩니다.

이때 합석을 했던 직원 중에 하나가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하며, 이것은 주빈과 여자를 숙소까지 모시고 가면서 자신도 여자를 데리고 같이 가 밤을 새우고, 다음 날 해장국까지 함께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여자를 좋아하는 사람은 자신의 버릇 때문에 가정에 문제를 일으키지만, 이러한 생활에 스스로 염증과 자존심을 상해하는 남자들도 다수입니다. 왜냐하면 자신이 곧 여자나 알선하는 채홍사가 아닌가 하는 자괴감과 더불어 아내와 아이들 얼굴 보기가 창피하고 죄스럽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