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
고부간의 대화 |
| 등록자 |
: 4--U |
작성일 |
2008-11-26 |
| 내용 |
오늘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 중에 하나를 조금 말해 보련다. 다름 아닌 시어머니와 며느리, 이들 간의 대화에 관한 얘기다. 고부간 갈등의 문제는 비단 우리에게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가까운 일본의 사정도 우리와 비슷한 것 같으며, 서구 문화권에서는 반대로 사위와 장모간의 갈등이 더 큰 이슈가 되는 것 같다. 어느 집인들 딸 같은 며느리, 엄마 같은 시어머니를 꿈꾸지 않겠는가마는, 처음에는 그렇게 시작했던 집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정반대 방향인 갈등구도로 진행하는 것을 많이 보게 된다. 그렇게 되는 데에는 서로에게 갖는 소망과 기대가 자꾸 비껴나가고 결국 좌절과 상처가 쌓이기 때문일 것이다. 고부간에 대화가 잘 이뤄지기 위한 어떤 비결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양자 간에 좋은 관계가 전제가 되지 않는다면 대화를 위한 노력은 사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고부간 대화의 문제는 사실 고부간 관계의 문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며, 따라서 서로의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시어머니와 며느리, 그리고 아들의 입장에서 기울일 수 있는 노력들을 팁처럼 몇 가지 소개해 보고자 한다.
1. 며느리의 입장
결혼하는 순간부터 며느리는 전혀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말도 안 되고 이해할 수 없는 것들과 많이 부딪힐 수밖에 없다. 그런 것들과의 힘겨운 싸움을 줄이거나 피하려면 시댁의 문화가 나름대로 그럴만한 충분한 이유 가운데서 형성된 거라는 점을 받아들이면 좋을 것 같다. 고부갈등을 겪는 가정에서 아직까지는 며느리가 정서적으로 궁지로 몰리는 경우가 훨씬 많다. 사람의 심리는 궁지로 몰릴수록 객관적인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부정적으로 왜곡해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는데, 특히, 시어머니의 말과 행동거지 하나하나가 어떤 의도가 있는 것으로 확대해서 받아들이게 된다. 그럴수록 시어머니와의 관계는 해결점을 못 찾고 더 악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자신의 시각이 항상 옳을 수는 없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자신이 시댁에 더 잘 적응하고 사랑받기 위해서 무엇이 부족하고 어떤 것을 보충해야 하는지를 남편에게 수시로 물어보는 것이 좋다.
╋ 해야 할 것
+자기주장을 해라. 설사 의사표현을 해서 달라지는 것이 없더라도, 속엣 것을 말하는 것과 그냥 삭히고 넘어가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부드러우면서도 단호하게 자기를 주장할 수 있는 대화법에 대해 공부하라.
+시어머니의 말씀 중에는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려야 하는 것이 많음을 배워라.
+시댁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꼭 누군가에게 속이 후련해질 때까지 얘기해서 풀어라. 그리고는 잊어라.
+자신의 한계를 미리 정하고, 그것을 알리라. 지나친 희생으로 인한 악화된 감정은 누구에게도 이롭지 않다.
+시어머니를 만족시켜드려야 하는 만큼 내 자신도 만족시켜야 하는 것을 알고, 그 적절한 균형점을 찾으라.
━ 하지 말아야 할 것
-착한 며느리 콤플렉스에서 벗어나라. 그것은 당신을 속박시키는 주범이다.
-시어머니가 시누이와 자신을 차별하는 것에 대해 고깝게 생각하지 마라. 당신도 친정에서는 사랑받고 대접받는 딸인 것이다.
-시어머니에 대한 선입견을 버려라. 그것이 시어머니와의 관계 발전을 방해하는 가장 요인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주눅들지 마라. 주눅이 든 모습을 보일수록 시어머니와의 관계는 수세에 몰릴 수밖에 없으리라. 자신을 과소평가하지 말고 아무리 불리한 상황도 내게 유리하게 바꿔갈 능력이 있음을 믿어라.
-시어머니의 기세가 등등하다고 해서 기죽지 마라. 시어머니는 서서히 노쇠해질 수밖에 없고, 서서히 주도권은 자신에게 넘어오게 되어 있음을 기억하라.
2. 시어머니의 입장
시어머니들도 한 때는 며느리셨다. 어머니 세대는 지금보다 훨씬 더 자신들을 희생하고 복종해야 하는 일이 많으셨다. 가정의 안정을 위해서, 무엇보다도 자식들의 행복을 위해 참고 사셔야만 했던 마음속의 앙금들이 화병이 될 만큼 그분들의 노고와 희생은 정말 크셨다. 고통을 감내하면서 지켜낸 가정이기에 새로운 가족이 영입된 이후에도 안정적으로 영속되기를 바라는 심리도 있을 법하다. 그러기에 어머니에게 있어서 아들의 결혼은 큰 상실감을 주는 것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시어머니의 입장에서는 다양한 심리적 전략을 통해 아들을 잃지 않았다는 느낌을 얻고 아들과의 정서적 연결을 유지하려고 하며, 가정의 안정을 위해 시어머니 세대의 방식으로 아들내외를 끌고 가려 시도한다. 단적으로, 며느리가 자주 전화를 걸고 아들내외가 매주 시댁을 방문하도록 요구하는 것도 그러한 시도라고 볼 수 있겠다. 하지만, 시어머니 세대의 방식을 요구하는 것이 사실은 아들네와의 정서적 결합에 더 손상을 주고, 오히려 역작용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음을 인식해야 한다. 무리한 요구와 의무감의 부여로는 현대의 며느리들을 통제하는데 이제 한계가 있다. 시어머니들도 자신이 진정 원하는 바인 아들의 행복과 가족 전체의 균형과 행복을 얻기 위해서 좀 더 현실적인 전략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 해야 할 것
+며느리의 성격을 잘 파악하라.
+시댁의 분위기는 아들을 통해 며느리에게 알려라.
+아들 내외의 생활방식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라.
+세상은 변했고 요즘 며느리들은 시어머니 세대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라.
+가족들 앞에서 며느리를 인정하고 치켜 세워주고 고마움을 표현하라.
+더 노쇠하면 결국 며느리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으니 평소에 며느리를 선대하라.
━ 하지 말아야 할 것
-며느리의 언행에 대해 판단하지 말고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고 인정하라.
-잔소리 즉 같은 소리를 반복하지 마라.
-며느리에게 의무감을 심어주려고 하지 마라.
-며느리네 집에 가서는 청소도 말고, 정리도 말고, 구석구석 들여다보지 마라. 한 집에 살아도 가급적 아들내외 사는 방에 출입하지 마라.
-며느리가 있는 앞에서는 아들을 쓰다듬거나 아들을 챙겨주지 말고 며느리에게 맡겨라.
-며느리의 친정에 대한 비판은 일체금물 또한 며느리에 대한 푸념을 딸에게 늘어놓는 것도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일이다.
3. 아들(남편)의 입장
어머니와 아내의 중간에서 곤혹스런 상황을 많이 겪다보니 아들(남편)의 입장에서는 고부갈등이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 때로는 모든 역할을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머니와 아내된 여성들이 원하는 바가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정서적 충족감인 것을 안다면 그렇게 고민이 깊어질 필요가 없을 수도 있다. 자신을 향한 어머니와 아내의 기대와 소망이 각각 무엇인지를 잘 파악하고 그때마다 상대에게 필요한 공감과 일체감을 적절하게 전해줄 수 있는 기술을 습득하기만 한다면 고부갈등의 상황에서 조금은 의연해 질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말 그대로 기술인 것이다. 수영이나 자전거를 배우듯 대중매체, 서적, 세미나 등을 통해 변화하고 있는 시대에 남편과 가장으로서의 기능과 역할을 배우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 해야 할 것
+아내만큼 내가 적응하고 싸워야 하는 것이 많지 않음에 감사하라. 그리고 현실상 그래야 하는 아내에게 미안해하고, 좋은 조력자가 되려고 결심하라.
+고부간의 갈등이 있는 상황에 대해 그것이 현실이고 필연적인 것임을 인내심을 갖고 받아들이라
+아내가 이해 못하는 시댁의 분위기나 시댁 식구들의 행동에 대해 방어하지 말고 한번쯤 객관적인 시각으로 돌아보고 자신의 집과 식구들이 결코 완전하지 않고 흠과 단점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라,
+웃어른이라고 해서 항상 옳은 것은 아니며, 비합리적인 것에 대해서는 맞설 줄도 알아야 한다.
+아내 앞에서는 아내 편을, 어머니 앞에서는 어머니 편을 들어라.
+시댁과의 갈등 상황 속에서도 아내에 대한 애정은 변화가 없음을 아내로 하여금 알게 하라. 이것이 당인의 아내가 안정감과 여유를 갖게 도와줄 것이다.
+어머니를 행복하게 해드리면 그것은 어머니에게 유익하지만, 아내를 행복하게 해주면 그것은 내 자녀들에게 두루 유익하다.
━ 하지 말아야 할 것
-어머니 앞에서 며느리 편을 들지 말고, 아내 앞에서 시어머니를 변호하지 마라.
-아내 앞에서 시어머니의 행동의 이유에 대해 설명하지 마라.
-갈등을 회피하기 위해 남편이 아내 몰래 시댁 식구들에게 하는 어떤 지원이나 담합도 하지 말아야 한 다. 그럴 경우 시대 식구들의 눈에는 당신의 아내가 하찮은 사람으로 여겨 질수도 있기 때문이다.
-‘젊은 당신이 참아라, 어머니를 바꿀 수는 없지 않은가’ 하는 식의 말은 금물
-효자가 되려고 하지 말고, 좋은 중재자가 되려고 하라.
우리 사회는 최근 수십 년간 급변하고 있다. 비단 과학기술의 발전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의식도 크게 변하고 있는데, 특히 개인의 행복을 가장 큰 가치로 여기고 그것을 위해 다른 가치들을 기꺼이 희생하려는 의식들이 커지고 있다. 거기에는 공동체 의식의 와해와 개인주의의 확대라는 부정적인 면도 있기는 하지만, 이미 거스를 수 없는 큰 흐름이 되어버렸다. 가정의 기능과 부모의 역할도 세대의 흐름에 맞춰 변해야 하는데 여기에 적응하지 못하면 가정이 도산되고 방임되는 아이들은 늘 수밖에 없다. 우리의 부모님 세대까지만 해도 효의 이데올로기가 가정 내의 갈등을 봉합하고 안정을 지탱해주는 큰 힘이었을지 몰라도, 지금 세대에서는 더 이상 그것만으로 가능할지 모르겠다. 많은 가정들이 위기에 놓이거나 불행을 겪는 데에는 고부간의 갈등이 관여되어 있을 때가 많다. 세대의 변화에 적응하고 가정들이 건강하게 보존되기 위해서 이제는 효의 패러다임에서 조화의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며느리 된 한 여성의 희생으로 모든 갈등을 억누르려는 시도는 더 큰 위기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 이제는 결혼으로 이뤄진 가족에서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이 행복과 만족을 공유할 수 있는 조화의 길을 찾아야 한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시어머니와 며느리와 아들(남편) 모두가 마치 2인3각 경기를 하듯 서로 간에 호흡과 보조를 맞추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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