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부, 9천여명 대상 가족 가치관 조사
부부 세쌍 중 한쌍 "갈등 심하면 이혼"

한국 부부 세쌍 중 한쌍은 부부 간에 심한 갈등이 있을 경우 이혼하겠다는 뜻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미혼 남녀의 절반 정도는 결혼 계획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미혼 남녀의 70% 정도는 두 명의 자녀가 이상적이라고 응답해 세계 최저 수준인 출산율이 회복될 여지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한국여성개발원이 여성부의 용역을 받아 지난해 9~11월 전국의 3천5백가구 9천1백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다. 가족 가치관과 가족 관계 등에 대한 대규모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르면 부부 간의 심한 갈등이 있는 경우라도 이혼에 반대한다는 부부가 42.7%로 가장 높았으나 이혼에 찬성하는 부부도 33.5%나 됐다. 나머지(28.6%)는 불확실하다고 응답했다.

이혼을 반대한 이유는 자식 때문에가 46.7%로 가장 높아 여전히 자녀에 대한 책임과 의무가 이혼을 막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우자가 계속해 바람을 피울 경우 10쌍의 부부 중 8쌍이 이혼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반면 배우자 외의 사람과 성관계를 가질 수 있다고 응답한 남성은 응답자의 22.8%, 여성은 13.3%가 돼 외도가 이혼의 주요 사유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혼 남녀 중 결혼 계획이 있다고 응답한 경우는 남(55.5%), 여(49%) 모두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남자의 경우 41%가 경제적 이유를 꼽은 반면 여성의 경우 ▶결혼할 필요를 느끼지 않아(31.7%) ▶일에 열중하기 위해(28.6%) ▶ 결혼이 부담스러워(14%) 등 현행 결혼제도와 결혼 문화에 대해 저항을 많이 느끼는 것으로 밝혀졌다.

부모와 같이 사는 가족의 경우는 시부모와 거주하는 비율(11.6%)이 장인.장모와 같이 사는 경우(1.7%)보다 훨씬 높아 장모시대는 아직 도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 2

미혼 여성 10명 중 6명은 지극한 효자와 결혼하는 것에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혼남녀 539명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배우자감으로 지극한 효자에 대해 여성의 39%는 ‘싫다’, 22%는 ‘아주 싫다’고 답했다.

반면 남성은 ‘싫다’가 17%, ‘아주 싫다’가 8%에 그쳐 대조를 이뤘다.

효성스런 배우자에 부정적인 이유에 대해 여성들은 ‘지나친 편가르기와 고부갈등’(26%), ‘배우자의 부모님에 대한 효심 강요’(22%), ‘본인의 가족에 대한 지나친 애정’(15%), ‘기타’(3%) 순으로 답하였다.

남성의 경우에는 56%가 ‘배우자의 부모님에 대한 효심 강요’, ‘나와 가족보다는 부모 중심의 결정’(21%), ‘본인의 가족에 대한 지나친 애정’(14%), ‘지나친 편가르기와 처가 식구와의 갈등’(8%) 등을 꼽았다.

한편 ‘배우자로 효자(효녀)가 긍정적인 이유에 관해서는 남녀 모두 ‘내 부모에게도 동등한 효심 기대’(38.5%), ‘부모 공경하는 바람직한 성품’(28.5%), ‘자식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음’(21%), ‘가족의 소중함을 아는 가정적 배우자 가능’(9.5%), ‘기타’(2.5%)의 순서로 응답했다.

설문조사 관계자는 “결혼 상대자로 효심이 지극한 사람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여성에게서 뚜렷하다”며 “여성은 결혼 후 생기게 되는 시댁과의 갈등에 대한 우려가 크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 3

사위들이 느끼는 현주소, 애증의 장모 99% 이혼소송

벙어리 3년, 귀머거리 3년, 장님 3년의 혹독한 시집살이와 고부갈등은 우리나라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사람 사는 곳은 거기서 거기인지라 유럽에서도 시집살이와 고부갈등은 존재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수많은 사상자와 행방불명자가 생겨나면서 살아 돌아온 것만으로도 고마울 만큼 남자가 귀했고, 이런 남자의 환심을 사려는 여자들의 암투가 만만치 않았다. 또한 유일한 경제활동 주역으로 한 집안을 먹여 살리는 아들에 비해 집에서 놀고먹는 며느리가 밉상스러워 앙탈 부리는 시어머니도 흔했다.

전후 경제가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여성의 교육 수준이 높아지고 경제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시어머니들의 이러한 겁 없는 행동은 자취를 감추게 됐다. 페미니즘의 등장으로 ‘같은 여성, 같은 희생자’ 논리가 먹혀 들면서 고부갈등은 서서히 장모-사위 간 성 대결에 바통을 넘겨주었다. 승진을 못한다, 돈을 못 번다는 식의 가시 돋친 말로 사위 기를 죽이는 장모들이 생겨나면서 유럽 사위들 사이에서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장모를 ‘불을 내뿜는 사나운 용’으로 부르는 경우도 있었다. 독일의 한 심리학자가 자신의 책인 ‘애증의 장모, 시어머니(Hassgeliebte Schwiegernutter)’를 통해 이혼 부부의 12.5%가 이혼 사유로 ‘상대방의 어머니’를 꼽았다는 것만 보더라도 시어머니와 며느리, 장모와 사위는 불가근불가원의 관계가 아닐 수 없다.

장모의 구박은 꼭 무능한 사위에게만 겨눠지는 것도 아니다. 미국의 트루먼 대통령은 임기 동안 백악관에서 장모와 함께 살았는데 “장모님은 나보다 대통령직을 잘 수행할 남자를 수십 명은 알고 있다”고 말했다. 팽팽하던 냉전시대에 서방세계를 대표한 권력자도 장모의 잔소리는 피해갈 수 없었다는 뜻이다.

장모와 사위 갈등은 여성의 발언권이 세지면서 장모의 발언권도 동반 상승한 결과로 볼 수 있으며 여성의 사회 진출로 장모가 아이들을 돌보는 경우에 더욱 증가한다. “최근 이혼소송 사례를 보면 시어머니와 며느리 관계 못지않게 장모에게 구박을 당하거나 장모와의 의견 충돌 때문에 고민하고 있는 사위들이 증가하고 있으며 장인이나 시어머니가 이혼상담을 하러 오면 50% 정도가 이혼소송으로 이어지고 상담 도중 자녀에게 ‘웬만하면 다시 생각하라’고 타이르지만 장모가 이혼상담을 하러 오면 99%는 소송에 들어간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 해피엔드 최일숙 이혼전문변호사의 말이다. 이혼소송과 함께 위자료, 재산분할 등 챙길 건 다 챙기는 건 기본이다.

장모와 사위 간의 교류가 늘어나면서 고통을 호소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한 결혼정보업체에서 기혼남자 300명을 대상으로 ‘당신도 장서갈등을 겪고 있는가’라는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34%가 ‘그렇다’라고 답했고 ‘그렇지 않다’는 48%, ‘잘 모르겠다’는 대답은 18%였다. 분명히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려 43%가 자주 대면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는 대답이었다. 또한 장서갈등은 부부 사이의 관계에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장서갈등이 부부 사이에도 영향을 미치는가?’라는 질문에 ‘사이가 나빠졌다’는 대답은 55%로 절반을 넘었다.

장모의 도움 없이 젊은 부부들이 생활을 해나가는 것이 힘들다 보니 장모와 사위의 갈등이 높아지는 게 당연하다. 높아지는 게 당연하다.

그리고 그런 갈등은 고스란히 부부갈등으로 이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혼을 하면 부부가 독립된 가족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해야 하지만 처가의 지나친 간섭과 아내의 경제적 정서적 의존이 장모와 사위간의 갈등이자 부부갈등의 가장 큰 원인이므로 이런 경우 부부가 함께 처가와 시댁에 대한 행동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고부갈등과 장서갈등은 특수한 갈등이라기보다는 인간관계라는 보편적인 문제로 보고 접근하는 것이 현명한 해결책일 수 있다.

# 4